[투비스 류이나 기자]“그 언젠가 나를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1980년대에 유행하던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들려온다. 37년 전 폭동으로 몰려 많은 광주 시민들이 학살을 당했던 그 날로 데려가려 송강호가 시동을 건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 동안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당사자와 관련 가족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면 ‘택시 운전사’는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으로 담았다.
만섭은 서울에서 택시를 하고 허구헛날 들려오는 데모 소리가 지겨운 서민이다. “데모 하려고 대학을 갔냐”는 말을 달고 산다. 라디오에 데모소식이 들려와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무심하게 꺼버린다.
일본 특파원이었던 피터는 광주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로서 광주에 가려는 기자다.
그런 두 사람이 진입하기 조차 힘든 광주로의 여정을 함께 떠난다. 뉴스에서는 연일 빨갱이들이 서울에서 깡패들을 동원해 광주에 내려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다. 대립 중 사망한 군인들의 수만 강조한다. 그렇게 정부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만섭이 묻자 대학생 재식(류준열)이 대답한다. 우리도 우리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만섭도 눈과 귀가 가려진 시민이지만, 광주에서 직접 목격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들을 보고 달라진다. 그리고 그의 인생도 달라진다. 피터 역시 피가 낭자한 처참한 광주의 모습을 보고 기자 정신을 발휘해 카메라에 담는다.
자신들이 희생당하더라도, 광주의 비참함, 정부의 잔인함을 알리기 위해 만섭과 피터를 서울로 보내려하는 광주 시민들. 이들을 뒤로하고 서울로 떠나는 만섭과 피터의 심경 역시 어지럽다.
‘택시운전사’는 감성을 자극해 시민들에게 공감을 강요하는 방식을 배제했다. 37년이 지나 ‘택시 운전사’를 보는 관객들 역시 만섭, 피터와 같은 외부인이지 않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비극을 엿보는 방식을 선택했다.
영화의 초반은 만섭과 피터가 10만원을 두고 옥신각신하거나, 광주로 들어가기 위해 군인들에게 사업가라고 거짓말을 하며 쿵짝을 맞추는 장면을 보면 슬쩍 웃음이 베어난다. 비극=눈물 이 공식을 따르지 않고 곳곳에 가볍과 유쾌함을 갖췄다. 영화는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지만, 가볍게 오가는 광주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가 오히려 공감과 슬픔을 불러일으키는데 탁월한 기능을 했다. 광주가 연고지도 아니고, 그 날에 태어나지도 않은 필자 역시 외부인이다. 이 잔인한 일들이 일어난 지 불과 4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아직 상처되지 않은 그날의 흔적들이 많지 않나.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택시 운전사’에 나오는 계엄군의 발포 장면은 허위, 날조라고 주장했다. 또 계엄군의 사격은 폭도들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권·자위권 차원의 발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택시 운전사’를 문제삼으며 무력 진압의 책임을 부정한 것.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만들어 졌습니다.”
처음부터 ‘택시 운전사’는 정확하게 목적지를 밝히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니 ‘택시 운전사’를 관람한 관객들이 자유롭게 판단할 것이다. 폭동인지 무차별 진압인지.
<편집자=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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