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스 소준환 기자]‘스마트폰’으로 사회·문화·경제 등 전범위적 개념이 집약되는 시대가 왔다. ‘손 안의 미디어’란 별칭처럼 ‘스마트폰’은 폭넓은 정보와 소통의 툴이 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른바 ‘스마트 시대’가 무조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편리하고 빨라진 만큼 예전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진 것도 사실.
실제로 대중교통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는 인식에 저조해졌음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대목인 셈이다. ‘스마트 시대’에 맞춰 패션·뷰티·코스메틱 사업도 변화해왔지만 역설적으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아름다움’은 본질적으로 디지털적이지 않고 아날로그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에 힘입어 미리 상상해보는 ‘아날로그 열풍’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 패션의 유행은 아날로그
▲ 사진=스와치 제공
‘디지털’이 세련됨에 상징이라면 ‘아날로그’는 고유함의 증표다. 디지털시계가 모던한 느낌을 주는 반면 아날로그시계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이치와 같다. 그렇다면 ‘jean pants’(이하 청바지)는 어떨까. 당연한 얘기지만, 청바지는 언제나 아날로그적이다. 1970-80년대 청바지와 통기타로 ‘시대정신’이 설명되는 시절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청바지로 상징되는 문화를 공유하고 추억을 쌓았던 것. 바로 이러한 특성이 고유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패션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청바지 역시 그동안 압도적인 붐을 일으키거나 잔잔한 호응을 이어가거나를 넘나들어 왔다. 돌고 도는 트렌드의 특성상 패션은 ‘자가복제’ 혹은 ‘디자인적 혁신’을 거쳐 일종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왔다. 청바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 셈. 이를 통해 예측해볼 수 있는 건, 아날로그가 가진 힘이 패션의 유행을 이끄는 저력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 사진=리바이스 제공
예컨대 청바지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바이스는 제품을 정교하게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추는 절대 녹슬지 않으며, 바느질 땀도 매우 촘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1886년에 어떤 사람이 실험을 해보았고, 청바지의 양쪽 가랑이를 각각 두 필의 말에 묶고 말이 반대 방향으로 가도록 했음에도 이 바지는 이마저도 견뎌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와 더불어 아날로그는 ‘원조(original)’의 개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날로그시계(원조)를 바탕으로 디지털시계(창작)가 만들어진 원리와 같다.
리바이스 역시 모든 청바지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청남색의 데님을 비롯해 허리 뒷부분의 가죽 탭, 바지 뒷주머니의 곡선,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태그, 탭 단추 등 최초의 청바지 디자인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계에 어떤 신드롬이 일어나면 이를 답습 혹은 변형하는 형태로 유행은 대부분 확산된다. 리바이스 이후 새로 론칭된 수많은 청바지 브랜드가 그 근거다.
▲ 사진=리바이스 제공
또 세계인들의 마음속에서 ‘청바지=리바이스’라는 공식을 인식시킬 수 있던 것도 아날로그 즉, 고유함과 원조에 힘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35억 벌이나 판매되는 리바이스 청바지는 유행을 선도할 뿐 아니라 청바지 트렌드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됐기에 그렇다.
▲ 사진=리바이스 제공
이처럼 패션의 유행은 아날로그적이다. 더 정확하게 아날로그는 낭만을 품고 있기에 유행을 선도할 힘을 가지고 있다. 현시대에 아날로그는 ‘촌스러운’, ‘구닥다리’ 등의 표현으로 터부시 되고 있지만 디지털이 범람할수록 오히려 빛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그 무엇, 정서·감성·클래식·기본·우직함 등으로 승화될 수 있는 아날로그가 패션계를 비롯해 광범위적 열풍을 일으킬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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