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윤계상, '범죄도시' 이전에 '소수의견'이 있었다

2017-11-08 16:27



최근 '범죄도시'가 644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청불 영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일에 개봉한 이 작품은 한달 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머물고 있다.

'범죄도시'의 흥행은 온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마동석의 덕도 있지만 이 작품으로 새 얼굴을 발견했다며 인생 캐릭터 경신에 나선 윤계상의 열연도 부정할 수 없다. 윤계상은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조폭 장첸 역을 맡아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연기를 펼쳤다. 첫 악역에 도전한 윤계상은 호평을 물론, 그의 대사가 유행어가 되며 열풍의 주역이 됐다.

'범죄도시'에서 확실히 지금까지 내보이지 않은 얼굴을 드러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단 한 번도 겹치는 캐릭터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발레 교습소', '풍산개', '소수의견', '레드카펫', '극적인 하룻밤', '죽여주는 여자' 그리고 '범죄도시'까지. 그 중 필자는 윤계상의 '소수의견'을 가장 좋아한다. 윤계상이 곧 윤진원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소수의견'(2015)이 영화가 완성된 후 배급을 확정하지 못한 채 떠돌다 2년 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소수의견'은 손아람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드라마다.

윤계상이 국선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아 아들을 잃고 의경을 죽인 박재호(이경영) 변호를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검찰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윤진원은 선배 장대석과 의기투합해 대한민국과 맞선다. 여기에 기자 공수경(김옥빈)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데 뜻을 함께하며 가세한다.

지방대 출신에 국선변호사와 형사소송이 전무한 이혼전문 변호사, 엘리트 검사집단의 대치 구도는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킨다.

변호인 측은 일방적인 방해를 넘고 대한민국을 피고로 소환하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한다. 청구금액은 단 100원이다. 돈이 문제가 아닌,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하겠다는 뜻. 하지만 엘리트 검사집단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국민도, 언론도 변호인 측을 응원하지만, 소수의 권력집단에게 묵살 당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 다수는 순식간에 '소수의견'이 되어버린다.

이런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는 변호인단의 신념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법정물이지만 묵직한 서사가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 있게 흐른다.

특히 팽팽한 진실 공방이 펼쳐지는 법정신 역시 흥미롭다. 변호인단과 검사 측의 치열한 논쟁이 긴장감을 절로 유발했다.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려 억지스러운 전개를 펼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 소위 말해 '짠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끌어간다.

2013년 비극적인 용산 참사를 모티브 했다고 알려진 '소수의견'은 "모든 것은 허구이며 실존 인물은 없다"고 알렸다. 하지만 용산참사 뿐만 아니라, 부녀자 살인사건, 강호순 살인사건 등 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사회적 이슈들이 녹여냈다.

김성제 감독은 원작의 결말과 다르게 우발적인 상황과 의도치 않은 비극을 더했다. 이에 김성제 감독은 비극의 현장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하는 것보다 그 너머의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가'에 집중했다. 이는 바라보는 입장 차이를 다시 한 번 짚어낸다. 더 나아가 사회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을 지적,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주인공 윤계상은 '소수의견'을 이끌어가면서 큰 중심축을 잡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특히 알면 알수록 국가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하는 윤진원의 감정선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기했다. 감정의 폭이 크지만 감정, 눈빛, 대사 등으로 메운다. 윤계상 최고의 필모그래피라고 단언한다.

'범죄도시' 장첸만큼 강렬한 윤계상의 연기를 보고 싶은 자들에게 '소수의견'을 강력 추천한다.

[편집=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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