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스 류이나 기자]하정우는 유독 안티가 없는 배우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까지도 그에게 보이는 신뢰와 충성도가 높다. 탁월한 연기력, 유머러스함, 천의 얼굴 등이 그를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올 연말, 하정우가 출연한 대작 두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것도 일주일 차이로. 개봉일은 하정우의 의지가 아니므로, 관객들은 하정우의 다른 매력의 연기를 그저 감상하면 되겠다. '신과 함께' 하정우와 '1987' 하정우의 각기 다른 매력을 알아보기 전, 인생작 사(史)를 짚어보자.
하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보트', '국가대표', '황해', '의뢰인', '범죄와의 전쟁:나쁜놈 전성시대', '러브픽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군도:민란의 시대', '허삼관', '아가씨', '암살', '터널'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살인마, 술집 호스트, 일제시대 사기꾼 백작, 앵커, 평범한 자동차 영업사원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하정우의 연기로 탄생했다.
여자들은 하정우가 찌질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를 할 수록 열광했지만 남자들은 마초적인 성향이 짙거나 색이 뚜렷한 연기를 했을 때 조금 더 크게 박수를 쳤다.
하정우를 떠올리면 어떤 작품이 먼저 떠오르는가? 다수가 '추격자' 4885를 떠올릴 것이다. 사이코패스 영민을 실감나게 연기해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자 쓰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을 뿐인데 주민이 겁을 먹은 일화도 털어놨다. 그만큼 살인마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 '추적자'가 있었기에 하정우의 연기력이 재발견되면서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하정우라면 언제든지 연기로 승부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겠지만, 그를 조금 더 빨리 '충무로 킹'으로 만든 작품이 '추격자'라는 건 누구도 부정 못할 것이다.
"살아 있네" 이 유행어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남자들이 있을까?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 전성시대'에서 조직폭력배 보스 최형배 역으로 출연했다. 사투리를 구사하며 최민식과의 기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던 하정우. 탕수육 먹방과 "살아있네"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남자들 사이에서는 하정우 따라하기 열풍이 불 정도 였다.
다음으로 '더 테러 라이브'를 꼽은 건 혼자서 영화를 처음부터 끌어가는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유명 앵커 윤영화(하정우)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밀려난 뒤, 사상 초유의 테러 사건을 생중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테러 협박범의 전화를 기회삼아 뉴스 앵커로 복귀할 시점을 노리는 윤영화로 분한 하정우는 뉴스 앵커 부스 안에서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김병우 감독의 첫 상업영화 작품이었다. 멀티캐스팅 아니어도, 유명한 감독 아니어도, '믿고 보는 하정우'란 공식을 입증시킨 소중한 필모그래피 중 하나다.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다. '신과 함께'는 '국가대표', '미스터 고'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작품. 하정우는 김용화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20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저승에 온 귀인 자홍과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가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정우는 극중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았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진기한 변호사의 역할까지 녹아든 캐릭터. 하정우는 원칙대로 망자를 처리하는 것 같지만 죽은 사람의 안타까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결국 법을 어기는 입체적인 강림을 자신의 얼굴 위에 덧씌웠다.
하정우는 저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악귀의 방해에 맞서싸우는 강림을 날렵한 몸놀림과 표정연기로 볼거리를 만들었다. '신과 함께'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CG 기술을 보여주는데, 하정우는 그린매트 위에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상상을 하며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보는 이들을 납득시키는 그의 순발력과 센스에 다시 번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웹툰을 좋아하는 자들이라면 '신과 함께'를 원작과 비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웹툰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걱정할 필요 없다. 원작과 별개로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서의 매력이 충분해 더 재미있게 감상할 포인트들이 넘쳐난다.
'신과 함께'가 판타지 블록버스터라면 ‘1987’은 실화인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다. 27일 개봉하는 1987년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숨진 가운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정우는 박종철이 죽은 그날, 당직을 맡은 최검사로 등장한다. 박처장(김윤석)이 박종철의 죽음을 덮기 위해 화장을 지시하는 공문서를 최검사에게 보내지만, 최검사는 서울대생의 죽음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과정에 의문을 품고 부검을 결정한다.
'신과 함께'가 강직하고 따뜻한 하정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면 '1987'은 조금은 능청스럽고 뻔뻔한 하정우의 주무기들이 펼쳐진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박처장의 냉철함, 강인함과 웃는 얼굴이지만 말 속에 늘 뼈를 가지고 있는 최검사. 두 사람의 대립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두 작품 모두 완성도가 높아 어떤 영화가 승기를 잡을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두 영화가 뻗어가는 길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하정우 VS 하정우, 당신은 어떤 하정우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레이스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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