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이와이 슌지 감독의 팬이라면 그의 필모그래피를 화이트 이와이와 블랙 이와이로 나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는 화이트 이와이로 분류되고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블랙 이와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그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는 어떤 영화일까.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나나미(쿠로키 하루)의 상황은 '블랙'처럼 캄캄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어느새 블랙은 걷혀져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 밝아지지는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풀자면 SNS 세대인 미나가와 나나미는 기간제 중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해 곤욕을 치른다. 인터넷으로 쇼핑하듯 원클릭으로 남자친구를 만들고, 또 결혼까지 하게 된다. 가상세계인 SNS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만 현실에서 나나미가 곧게 고개를 들고 있는 장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친척들과의 교류가 많이 없는 나나미는 SNS에서 만난 아무로 마스유키(아야노 고)를 통해 결혼식에 하객 대행을 선택한다. 이후로 나나미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부모님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가상 세계에서 만난 아무로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 아무로도 선뜻 벼랑 끝에 서 있는 나나미의 손을 잡아준다. 마치 아무로가 나나미를 위기 속으로 밀어 넣고 다시 꺼내주는 형국을 반복하는 것 같다. 결국 이혼해 쫓겨난 나나미에게 아무로는 한 달에 100만 엔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해주면서 숙식까지 책임져준다.
이후 아무로의 사정이 관객들에게 공개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나나미는 아무로를 통해 마시로(코코)를 만나게 되는데, 나나미와 마시로는 세상을 똑바로 걸어갈 용기가 없는 이들로, 서로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 이후로 나나미가 눈 뜨면 가장 먼저 찾는 휴대전화의 등장은 프레임에서 적어진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립반윙클의 신부'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SNS를 수면 위로 건져 올렸다.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SNS 친구와 실제로 만나게 되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를 계속 믿어나간다. 현실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SNS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젊은 세대를 거울처럼 비췄다.
또 하객대행, 친구대행, 이별전문사 등 사회활동을 꺼려하는 이들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아무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로는 이 같은 사회를 경제수단으로 재빠르게 타협한 인간. 아무로가 행하는 실질적인 행동은 고객들에게 실재하는 행복을 선물하지 못한다. 그저 잠깐의 안도와 위로다. 아무로가 자신을 대행업체 대표라고 소개하는 동시에 배우라고 나나미에게 말하는데, 이 장면은 후반부에 마시로가 죽고 마시로의 모친에게 방문했을 때 설명된다. 아무로는 옷을 벗고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시로의 모친 앞에서 자신도 속옷까지 벗고 한껏 눈물을 흘린다. 때와 장소에 맞게 고객들의 감정에 맞춰 연기를 해준다.
일본의 대세배우 아야노고는 아무로라는 캐릭터를 물 먹은 스펀지처럼 연기해냈다. 사람 좋은 척 고객들에게 편리한 정보를 주지만 이야기의 반전을 품고 있는 핵심 이야기를 할 때는 아무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이중적인 그의 연기가 쿠로키 하루를 더욱 불쌍하게, 어리석게 만드는 장치를 훌륭히 해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립반윙클의 신부'라는 제목이 아무로가 립반윙클(오지랖이 넓은 마을 아저씨, 하지만 정작 집안의 아내의 잔소리와 집안일은 싫어했다)을 뜻하는 건지 마시로가 립반윙클(마시로의 SNS 닉네임)인건지에 대한 해석을 관객들에게 맡긴다.
이와이슌지 감독답게 일본의 사계절을 스크린에 아름답게 담았다. 자연광으로 촬영했다는 일본의 배경이 쿠로키 하루의 얼굴을 더 처연하게, 또는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장치를 해준다. 또 핸드헬드와 몰래카메라 형식의 교차 촬영은 현장감을 살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립반윙클의 신부'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새 출발하려는 나나미에게 아무로는 일당과 가구를 준다. 그리고 그 가구를 집까지 옮겨주며 돕는다. 나나미가 편리를 제공해준 아무로에게 또 다시 도움을 청할지, 털어버리고 새 삶을 향해 나아갈지 각자의 해석이 정답일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 속 나나미가 곧 '나'가 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충고와 조언을 흘려듣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립반윙클의 신부' 해피엔딩이 또 있을까.
[편집=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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