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원작을 뛰어넘는 반전 영화 #고백 #나를 찾아줘 #침묵

2017-12-06 18:16



스크린에 꾸준히 원작 영화가 걸리고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항상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다. 리메이크가 되든, 책의 내용은 가져오든, 검증 받은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꾸리기 때문에 이야기에 힘이 있다. 또한 원작 팬 확보와 화제성까지 두루 가지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필자 역시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하지만 원작에 비견될 만큼 분위기와 정서, 연기력으로 무장한 인상 깊은 작품이 있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 '고백'

첫 번째로 원작의 어두우면서도 찜찜한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 '고백'을 추천한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손에 재탄생됐다. '고백'은 13살 중학생들의 장난스런 살인, 그들에게 딸을 잃은 여교사의 우아한 복수, 그리고 사건을 둘러싼 그들의 잔인한 고백을 그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푸른빛과 파란빛으로 조명을 이용해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한다. 여기에 깔리는 차분한 내레이션은 영화를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석양, 꽃, 등 자연과 결합시킨 아름다운 미쟝센이 등장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영상에 맞물리도록 잔혹한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따라붙었다.

보는 이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여교사, 유코, 범인A 슈야, 범인B 나오키, 미즈키의 시선에 따라 사건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고 물음도 구해진다. 그야말로 '고백'의 연속이다. 영화는 딸을 잃은 여자의 복수극이란 외피를 쓰고 일본 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지매, 소년법을 거론한다. 그저 시각적 소비가 아닌, 메시지까지 완벽하게 담아냈다.

복수를 끝낸 유코가 살인을 하나의 실험으로 가볍게 여겼던 슈야에게 던진 말이다. "이제부터 당신 갱생의 첫걸음이 시작됩니다..라나 뭐라나" 반전도 반전이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이 관건인 작품.

수작임을 입증하듯 '고백'은 2011년 일본에서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개봉해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2011년 제34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편집상을 휩쓸며 4관왕 수상했다.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는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길리언 플린의 책을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영화화했다. '나를 찾아줘'는 결혼 5주년을 앞두고 사라진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를 찾아나선 남편 닉(밴 애플렉)이 전 국민이 의심하는 용의자로 몰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추적 스릴러다. 닉은 아내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진실에 다가갈 수록, 음모에 빠진 인물이다. 왜 아내는 에이미는 사라져버린 것이며, 에이미는 왜 닉을 범인으로 만들려 한 것일까.

145분이란 러닝타임이 이렇게 짧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만큼 이야기는 쫀득하게 예측불허로 쭉쭉 뻗어나간다. 벤 애플랙은 지성과 외모, 연기력을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연기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가 이 영화의 백미다. 크레딧이 올라가도 기억에 남는 것은 부부사이에 파국을 맞은 닉이 "우리가 지금 껏 했던 것이라고는 서로에게 분노하고, 서로를 조종하려하고, 서로에게 상처주었던 것이 전부잖아"라고 소리치자 "그게 결혼이야. (“That’s marriage”)라고 말하던 로자먼드 파이크의 메마른 얼굴이다.



#'침묵'

최근 국내에서 상영된 최민식 주연의 '침묵'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해피엔드',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지우 감독의 세밀한 연출, 곳곳에 숨겨놓은 맥거핀, 최민식의 명불 허전 연기, 반전의 반전의 설정, 박신혜, 이수경, 류준열, 조한철의 열연까지 오랜 만에 '웰메이드' 영화를 만난 기분이었다.

영화 속에는 여러가지 '침묵'의 종류가 있다. 딸을 위한 아버지의 침묵, 법정에서 임태산의 영장을 기다리는 검사의 침묵, 살해 당한 유나의 침묵. 영화가 주는 먹먹함과 두 번째로 부녀 호흡을 맞춘 최민식-이수경의 실제 같은 호흡까지 금상첨화로 얹어졌다.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중국원작 '침묵의 목격자'보다 '침묵'이 한층 조금 더 묵직하게 깊게 스며든다.



#'은밀한 유혹' (스포주의)

앞서 세 작품이 원작을 잘 살린 영화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은밀한 유혹'이다. '은밀한 유혹'은 프랑스 작가 카트린 아를레의 원작 소설 '지푸라기 여자'가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여자 지연과 인생을 완벽하게 바꿀 제안을 한 남자 성열의 위험한 거래를 다룬 짜릿한 범죄 멜로를 그렸다.

'지푸라기 여자'는 1954년 발간돼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작품으로 욕망에 따르는 인간의 심리묘사, 강렬한 서스펜스가 탁월한 작품이다.

윤재구 감독은 이 작품을 각색할 때부터 여주인공을 임수정으로 생각했을 만큼 지연이란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14만 관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제일 아쉬운 점은 '은밀한 유혹'이 원작의 결말을 완전하게 바꿔놓은 점이다. 그 동안의 추리소설이 쌓아온 궤를 완전히 무너뜨렸기에 신선하고 충격이었던 것이다. 원작이 곧 스포라는 공식이 있지만 그럼에도 수작은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본다. 그 점을 윤재구 감독이 고려했다면 달라졌을까. 한국식 정서를 고려해 바꿨다는 결말은 뻔한 영화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임수정-유연석의 멜로도 살리지 못하고 멜로와 스릴러 사이에서 표류한 것도 한 몫했다.

원작에서는 힐데가르트가 신부를 찾는다는 억만장자의 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칼 리치먼드를 만난다. 칼 리치먼드의 비서 안톤 코르프로는 힐데가르트에게 칼 리치먼드와 결혼하게 해줄테니 20만 달러를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꼬장꼬장한 노인 칼 리치먼드는 돈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에게 질렸지만, 힐데가르트의 꼿꼿한 태도에 빠져든다.

물론 이는 안톤 코르프로에게 코치 받은 덕분이다. 하지만 칼 리치먼드는 갑자기 사망하게 되고 간호인으로 고용된 힐데가르트는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이후 고군분투 하는 내용들이 펼쳐진다. 충격으로 치닫는 결말을 쓸지 말지 고민했지만 쓰지 않기로 했다. 영화와 정반대의 결말이란 것만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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