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es24 '크레마 사운드'
[투비스 김지영 기자]바야흐로 무엇이든 ‘SMART'한 세상이 왔다. 휴대폰도, 시계도, 심지어 냉장고, 보일러까지 전범위적으로 'SMART 시대'가 도래한 것. 그럼에도 책은 종이만의 고유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도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태블릿PC만큼 대중화가 됐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출시 후 ‘HOT'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이북리더기가 그 주인공이다. ’스마트 폰도 아니고 태블릿 PC도 아닌 이북리더기를 굳이 사야할까?’라는 퉁명스런 반응도 있겠지만 이북리더기는 이들과 엄연히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작은 어디일까.
이북리더기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사진=Sony '데이터 디스크맨'
최초의 전자책은 1990년에 출시한 소니의 데이터 디스크맨. 이는 당시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손바닥만큼 작은 사이즈, 3백 권 이상의 정보를 수록해 스크린으로 쉽게 찾아보기까지. 다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는 차라리 종이책을 보는 게 나은 수준이었으며 당시 출고가는 5만 8천 엔으로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 사진=Sony 'Librie'
소니는 끊임없이 전자책시장에 도전했다. 2006년 출시한 ‘Librie’가 지금과 가장 비슷한 이북리더기의 형태로 출시됐다. ‘종이 같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즉 오래 봐도 눈에 부담감을 주지 않고 독서를 할 수 있게끔 한 것. 또한 텍스트 파일 뿐만 아니라 이미지파일, 오디오 파일로 책을 읽으면서 노래도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소니는 당시 경쟁사였던 아마존의 킨들보다 디자인이나 기술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았지만 대중들에게 기억되지 못했다. 반면 아마존 킨들은 히트상품으로 이어져 현재까지도 세계 전자책 분야의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뛰어났던 소니가 실패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소니는 기존 고객에만 초점을 두고 기술만 개발한 것과 달리 아마존은 새 고객을 생각했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전자책 시장을 2%에서 28%까지 늘린 것은 킨들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전자책은 어디서부터일까.
2009년 삼성전자와 아이리버가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삼성전자의 ‘SNE-50K’는 5인치 화면의 한손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 독서와 일정관리 기능, 512MB의 저장소를 자랑했다. 아이리버의 ‘스토리’는 다양한 파일형식을 지원했다. zip파일부터 mp3파일까지. 심지어 음성녹음도 가능했다.
▲ 사진=리디북스 '페이퍼'
이후 국내 이북리더기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했다. 온라인 서점 yes24는 2012년 ‘크레마 터치’를 선보인 이래 매년 단말기를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3개월 전인 2016년 11월까지도 신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리디북스의 페이퍼 시리즈도 국내 이북리더기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투자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 이는 최근 리디북스가 발표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책만 취급하는 온라인 서점 리디북스는 지난 2016년 12월 말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많은 독자들이 전자책을 찾는다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꺼지지 않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번 리디북스에 투자를 주도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의 이관훈 대표는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커가고 있다“며 ”리디북스의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yes24가 집계한 2016년 통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서판매 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체 구입 도서 가운데 전자책으로 구입하는 비중이 10.8%를 차지해 4.9%를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자책을 이용하는 독자들은 여성이 70.7%로, 29.3%를 기록한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15년과 비교해도 68.6%를 차지한 여성독자의 비율은 31.4%의 수치를 보인 남성독자의 비율보다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교보문고, 리디북스, 북큐브네트웍스, yes24와 공동으로 전자책을 이용하는 독자 1만 명을 대상으로 두 달간 전자책전용 단말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자책을 읽는 이유로는 ‘보관과 휴대가 편리’,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읽을 수 있음’이 각각 42.98%, 41.38%를 차지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책도 모습을 바꾸고 있다. 더 가볍게, 더 편안하게 독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이북리더기. 이처럼 전자책 전용 단말기 시장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책의 존재가치만큼 읽는 방식도 '스마트'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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