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스 류이나 기자]김상경-김희애-김강우 주연의 '사라진 밤'이 110만 돌파에 성공하며 손익분기점 14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체보관실에 설희의 시체가 사라지고, 이를 쫓는 형사와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사라진 밤'은 2014년 스페인에서 개봉한 오리올 파울로 감독 영화 '더 바디'가 원작이다.
'더 바디'는 스릴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작품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 역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영화다. '인비저블 게스트'도 '신과 함께'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로 다시 탄생된다.
영화나, 소설, 웹툰 등 인기가 많은 작품들이 매년 수 없이 쏟아지나,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일년에 한 두 편 정도다. 지난해에는 '신과 함께'가 대표적이다. '신과 함께-죄와벌'은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판타지 세계를 완벽구현한 CG,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 라인업,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 간의 사랑이 주가 됐다.
그렇다면 '사라진 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더군다나 상업영화에 첫 데뷔한 이창희 감독의 작품이다. 굳이 신인감독이 위험도가 높은 리메이크 작품을 선택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그의 자신감이었다. 그는 '사라진 밤' 프로모션 때마다 자신감을 보여왔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는 자신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 바디' 캐릭터들을 한 번 더 뒤집었다. 중식에게는 아픔을 숨기려하는 가벼움을, 진한에게는 연민을 부여했다. 그리고 101분 안에 군더더기 없는 스릴러로서의 기승전결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창희 감독이 현장에서 촬영한 컷 중 10분 정도 밖에 걷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라진 밤'과 '더 바디'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스토리
국과수 안에서 시체가 사라지고 그 시체를 찾으려는 형사, 또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이란 설정은 같다. 시체가 된 여자는 거대기업을 이끄는 CEO이며 젊은 남편을 쥐락펴락하는 캐릭터도 비슷하다.
진한이 설희를 살해한 방법도 같다. 무색, 무취, 8시간 후면 흔적도 없이 발휘되는 성질의 독약을 술잔에 타고, 완전범죄를 꿈꾼다.
캐릭터 설정
캐릭터는 조금 다르다. '사라진 밤'의 형사 중식은 천재같은 수사력을 지녔지만 괴짜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또 극의 웃음을 담당하며 가벼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속인다. 원작에서 하이메 페냐(호세 코로나도)는 50대이며 가볍기보다는 진지한 모습으로 목격자를 압박한다.
진한 캐릭터는 왜 그가 설희를 죽이려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전사가 비교적 국내에 잘 녹여져 있다. 그렇기에 나쁜 짓을 한 진한이지만, 진한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또 조금 더 진한은 완전범죄를 꿈꾸며 치밀하다.
영화의 한 장면 중, 시체가 사라지고 형사들이 남편의 집을 방문하지만 부재중이고, 원작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내연녀의 집을 찾았다. '사라진 밤'에서는 차를 타고 내연녀의 집을 찾아간다. 국과수로 소환된 후 왜 집에 없었냐는 추궁에 두 캐릭터 모두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사러 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여기서 원작에서는 두통약을 준비하지 못해 첫 번째 위기에 놓이지만, '사라진 밤'에서는 두통약까지 준비해 진한의 치밀함을 살렸다.
원작에서 알렉스(휴고 실바)는 조금 더 비열하다. 설명이 생략된 가장 불친적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아내를 살해하기로 동조한 내연녀의 캐릭터의 성격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연상의 아내에게서는 볼 수 없는 풋풋함, 편안함까지 갖췄다. 시체가 사라지자 불안해하며 나중에는 행방이 묘연해진다.
하지만 관계설정을 바꿨다. 원작에서 형사와 내연녀 카를라(오라 가리도)는 사실 부녀 관계였다. '사라진 밤'에서는 형사의 나이를 김상경을 캐스팅해 40대로 낮추면서 내연녀 혜진과는 이해하기 쉽게 말해 형부와 처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결말
결말 역시 다르다. 원작에서는 알렉스와 벨렌이 사고로 부인을 죽이고 도망가자 남편이었던 호세와 딸 카를라가 범인을 찾아내 함정을 만든 것. '사라진 밤'은 진한과 설희가 뺑소니로 한 여자를 죽이고, 함께 있었던 어린 동생 혜진과 약혼녀 중식이 범인을 찾아낸다.
여기에 진한과 설희가 여자의 시신을 감추면서 앞에서부터 계속 진한에게 압박하며 내던졌던 "시체 어디다 숨겼어"란 중식의 대사가 이중적인 의미였음을 나타낸다.
결말은 원작이 조금 더 깔끔하다. 호세는 알렉스가 벨렌에게 투여한 독약을 똑같이 먹인다. 물론 알렉스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알렉스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연행되고, 틈을 타 도망치는 순간 휘청거린다. 호세는 그 때서야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낸다. 8시간 전 카를라가 먹인 물을 먹고 조금씩 몸이 굳어가고, 호세는 자신이 왜 이런 짓을 꾸몄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죽음앞에서 똑같이 시간이 가고 있다는 뜻의 "틱톡"이란 말과 함께 알렉스의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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