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스 김그내 기자]
알싸한 공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계절, 가을의 끝자락. 바람처럼 떠나는 여행도 좋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그 끝자락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도심 속 전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잠시 한눈 판 사이, 혹은 일에 혹사당하는 사이 가을을 놓쳤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 도심에서 문화와 휴식을 함께 , 야외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전시
사색의 공간 석파정과 색다른 주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한강 세빛섬까지. 겨울이 되기 전 가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전시회를 소개한다.
한강 위의 야경과 함께 만나는 인상파 화가 8인의 명화
‘헬로아티스트’ 展
▲ 사진=헬로아티스트전 공식사이트
서울의 중심인 한강에 색다른 주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복합문화 공간 한강 세빛섬 내 솔빛섬에서는 본다빈치㈜에서 주최?주관하는 헬로아티스트 전이 오픈런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인상파 화가 8인의 명화를 컨버전스아트로 재창작한 작품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컨버전스아트란 기존에 캔버스에만 그려져 있던 그림을 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것을 의미한다. 빈센트 반 고흐를 필두로 인상주의 아버지인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폴 세잔, 폴 고갱, 조르주 쇠라 등 20세기 현대미술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상주의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며 인상주의를 총망라했다. 특히 한강 위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카페형 전시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걷기 좋은 숲속 산책로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
’거닐다, 숲’ 展
▲ 사진=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은 석파정 야외 공원에서 조각전 ‘거닐다, 숲 展’을 오는 11월 27일까지 진행한다. 석파정(石坡亭)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정자로 200년 전에는 김흥군과 흥선대원군의 쉼터였고 현재는 서울미술관의 관람객들을 위한 사색의 공간이다. ‘거닐다, 숲 展’은 석파정 야외에서 진행되는 조각 전시로 아름다운 풍경에 놓인 작품들을 통해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흔히 볼 수 있는 공산품 플라스틱 의자를 재활용한 김우진의 인공 동물 ‘PLASTIK-RHINO’, ‘PLASTIK-DEER’, 독수리의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정진호의 ‘Wing Chair’, 사과의 형태로 우주 생성법칙을 상징화한 전용환의 ‘공간-하나로부터’, 대결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피곤한 남성상을 표현한 김원근의 ‘복서’가 조화를 이룬다. 작품과 함께 사색을 즐기며 가을의 휴식을 맘껏 누릴 수 있다.
# 거장들의 2色 사진전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패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사진전도 눈길을 끈다. 카메라 앵글을 통해 미(美)에 대한 파격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영상을 선보여온 세계적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과 닉 나이트의 전시가 서울 종로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다채로운 색감과 관능, 판타지로 가득한 과감함
데이비드 라샤펠 '아름다움의 본질' 展
▲ 사진=아라모던아트뮤지엄
미국 출신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이 더욱 아름답고 도발적인 작품들을 들고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1월 19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100일간 서울 인사동 아라모던아트뮤지엄에서 데이비드 라샤펠 'DAVID LACHAPELLE : INSCAPE OF BEAUTY(아름다움의 본질)'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 초기작부터 순수예술작품까지 총 1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이 중 그의 아이코닉한 작품부터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최근작들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다채로운 색감과 관능, 판타지로 가득한 과감한 스타일의 작품이 눈에 띈다. 또, 지난 서울 전시에서 가장 사랑을 받았던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새로 선보이는 에미넴, 엘튼 존, 안젤리나 졸리,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을 만날 수 있다.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데이비드 라샤펠은 2006년 상업사진 작업을 축소하고 순수예술사진에 집중해왔으며, 현재까지 이를 이어오고 있다. 라샤펠의 작품은 인위적으로 보이지만 CG나 포토샵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직접 모든 세트를 제작해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인 작품인 '비너스의 재탄생(Rebirth Of Venus)'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에서 진행된 기획전시 '보트첼리 리이매진(Botticelli Reimagined)에 출품된 작품들 중 가장 주목 받았다. 국내에 첫 공개되는 '랜드 스케이프(Land Scape)' 시리즈는 디지털 조작이나 편집 효과 없이 재활용품과 공산품을 이용해 제작한 모형을 캘리포니아에 설치해 촬영됐다. 이 시리즈 중 '에메랄드 시티(Emerald City)'의 실제 세트가 이번 전시에 특별히 미국 스튜디오에서 공수됐다. 라샤펠의 최근작인 '원스 인 더 가든(Once in the garden)'은 만 19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다소 충격적익 편견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순수한 시각을 온전히 담아냈다. 라샤펠은 "전 세계 청소년들이 선정적인 영화나 게임에 노출돼 있고, 폭력과 잔인함이 난무하는 엔터테인먼트를 보면서 우리의 몸을 수치스럽게 보는 건 옳지 않다. 미켈란젤로 시대부터 그려왔던 인간의 몸은 신의 증거이다. 예술에는 하이 컬처, 로우 컬처가 아닌 하나의 문화만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눈에 띄어 사진계에 발을 디딘 라샤펠은 패션잡지, 광고 사진으로 이름을 알리다 현대 소비사회와 환경 문제 등 여러 분야로 주제를 넓혀왔으며, '사진계에서 가장 중요한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패션사진으로 美의 통념을 바꾸다
닉 나이트 ‘거침없이 아름답게’ 展
▲ 사진=대림미술관
종로구 통의동의 대림미술관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전형적 가치관에 도전하는 작품을 선보여 주목 받고 있는 닉 나이트((Nick Night)의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가 열리고 있다. 나이트의 작품은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부터 인종·동물보호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사진 등에서 알 수 있듯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깊이 반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패션 사진의 경우에도 여성을 상품화의 대상으로 보는 당대 패션계에 대항해 오로지 의상 자체의 표현에 집중했다. 그는 패션 화보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백인, 나이 18세, 적당한 키와 몸’이라는 패션 사진 속 여성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동일한 신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촬영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과감한 음영과 독특한 색감의 사진들은 관객들의 미적 감각을 자극한다.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는 “나이트는 보이지 않는 틈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평한다. 나이트는 1990년대 초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디지털 기술을 사진에 접목해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특히 최근의 패션 필름에는 애니메이션, 3D 촬영, 비디오 콜라주 등을 접목한 사진도 많이 보인다. 내년 3월 26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나이트의 대표작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작가가 잡지 아이디(i-D)와 함께 협업한 비요크, 레이디 가가, 케이트 모스 등 명사들의 초상 사진도 있다.
# 패션, 전시로 만나다
패션 브랜드를 매장이 아닌 미술전시 공간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럭셔리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 주얼리 브랜드 크리스털 프롬 스와로브스키가 잇달아 전시회를 열었다.
파리 골목길 산책하듯…
에르메스 '파리지앵의 산책' 展
▲ 사진=디뮤지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파리지앵의 산책'을 주제로 지난 11월 19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전시를 열었다. 앞서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 프랑스 파리 뽀르 드 솔페리노, 그리고 UAE 두바이에서 먼저 선보였던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전거, 가방, 부츠, 여행 케이스, 카드, 시계 등 에르메스 아카이브를 소장한 에밀 에르메스 박물관 컬렉션과 더불어 에르메스의 최근 컬렉션과 관련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파리의 광장, 카페 등 산책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공간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서로 다른 매체로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프랑스 미술관 '라 피씬'(La Piscine-Mus?e d'Art et d'Industrie)의 큐레이터 브뤼노 고디숑은 "꿈꾸는 것과 자유로운 영혼에서 영감을 받아 '산책'(Wanderland)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 에르메스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인 피에르-알렉시 뒤마는 "도시를 거니는 행위 자체가 아름다우면서 자유로운 예술이며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중요한 본질"이라고 전시의 의의를 전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1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크리스털 역사 한 눈에
'스와로브스키 헤리티지' 展
▲ 사진=크리스털 프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스와로브스키 헤리티지'(SWAROVSKI HERITAGE)’는 크리스털 프롬 스와로브스키가 브랜드 120주년을 기념해 여는 전시로,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전시공간 '아름지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트디렉터 서영희가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맡았다. 1895년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얼리와 액세서리, 의상 등을 선보인다. 2층으로 이뤄진 전시 공간에서 스와로브스키의 역사가 담긴 60여 점의 작품들이 한국 고가구, 경대 등과 함께 전시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한번도 공개된 적 없었던 1900년대 초창기 크리스털 작품부터, 프랑스 대표 극장식 무대 공연인 '물랑 루즈'와 '카지노 드 파리' 등을 위한 헤드피스 컬렉션, 그리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장 폴 고티에, 모스키노 등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협업한 의상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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