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스 류이나 기자]"해방촌에서 여러가지 술을 섞어 판다"고 본인을 소개한 '길바닥' 김우신 대표. 길바닥에 들어서자 마스코트 테일이가 반갑게 맞았다. 해방촌 언덕을 올라가면 퇴근길에 직장인들의 노곤함을 달래주기 위한 공간이 있다. 오후 7시부터 반짝반짝 불이켜진 길바닥은 해방촌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쉼터가 됐다.
김우신 대표는 디자인을 업으로 삼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바텐더라는 직업에 눈을 뜨기 전까지는. 이제는 테일이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이 삼킬 하루의 마지막 술을 만들고 있다.
"2013년 여름부터 바텐더 일을 하게 됐다. 바텐더 일을 하기 전에는 디자인 회사를 다녔다. 아르바이트 일을 바에서 하면서 적성에 맞아 직원으로 들어가 마음 먹고 배웠다. 내가 운영하는 바(Bar)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2년 전이다. 바텐더 급여가 낮기 때문에 바 오픈을 위해 다시 회사에 들어가 투잡을 했다."
단순히 술을 만드는 레시피와 기술만 익힌다고 바텐더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우신 대표는 바텐더가 되고, 길바닥을 오픈하기전까지 술에 대한 역사와 전통까지 파고들었다.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서 기본적인 레시피, 술의 원료, 브랜드 별 특징, 역사와 전통을 비롯해 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을 다 공부했다."
'바텐더'라는 직업은 젊은층에게 선입견 없이 다가갈 수 있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평범한 직장인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바텐더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땠을까.
"보수적인 부모님이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막진 않았다. 대신 지원은 없고,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하셨다. 지금은 좋아하신다."
김우신 대표는 해방촌에 사는 젊은이들을 위한 바를 만들기로 했다. 해방촌의 분위기는 화려한 서울과는 거리가 있었다. 호스트가 돼 다양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일은 즐거웠고, 자신이 만들어주는 술 한잔이 사람에게 위로가 될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Please help me. 길바닥의 슬로건이다. 길바닥을 풋풋한 분위기에 와서 편하게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타겟을 해방촌에 사는 젊은층을 노렸다. 이 곳이 집값이 싸고 강남, 종로와 가까워서 이동하기 좋은 위치다. 해방촌이 교통이 불편하다보니 젊은 친구들이 못놀고 일찍 동네로 올라온다. 그러면 늦게까지 하는 술집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해방촌에 사는 청년들은 재미있게 마시고 놀거리가 없었다. 펍과 바들이 있긴하지만 편하게 즐기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길바닥은 그점을 보완해 만들었다."
'길바닥'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었다. 이름 속에는 길바닥의 존재 이유도 담겼다.
"제가 바에서 일하다 1년 쯤 지났을 때 장사를 한 번 해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여름에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노점으로 칵테일을 팔았다. 그 때 생각했던 이름이 마셔봐, 길바닥, 포장바차였다. 그래서 내가 가게를 차리면 꼭 셋 중의 하나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중 길바닥이 가장 친근감 있는 것 같아 사용했다. 바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상식에서 고급스럽고 진입장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나는 '길바닥에서 드시는 것처럼 편하게'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이름이다."
인터뷰 날에도 고단한 청춘들을 위해 오픈 준비로 바쁜 김우신 대표. 그의 계획을 들었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뚜렷한 목적지가 있는 행보는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다.
"마흔 전까지 2호점을 내고 싶다. 3호점까지 오픈하면 필요한 부분을 케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 해보고 싶은 바 콘셉트가 세 가지 있다. 길바닥이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그 다음에는 음식에 맞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느낌의 가게를 내고 싶다. 또 하나는 빈티지하고 엔틱한 느낌으로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바다."
tubth@tubth.com '무단 전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