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남자들의 로망 '영웅본색' 그리고 '돌아와요 부산항애'

2017-12-27 17:06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는 홍콩 누아르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누아르는 1980년대 홍콩에서 만들어진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영화를 뜻한다.

1980년대 중반,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첩혈쌍웅'이 국내에 들어오고 임영동 감독의 '용호풍운', '감독풍운', '협도고비',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 왕정 감독의 '지존무상', '지존계상' 지목승 감독의 '천장지구' 등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우리나라에 홍콩 누아르 전성시대가 열렸다.

남자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사랑 등에 초점이 맞춰진 홍콩 누아르 속 주인공들은 죽을 때까지 '폼'이 났고, 당시 남자 관객들은 그들의 대사나 패션, 제스처 등을 따라하기 바빴다.

어른이 된 지금 남자들의 낭만, 또는 로망이었던 홍콩 누아르. 왜 지금은 사라졌을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콘텐츠가 밑천을 드러내며 자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왕가위, 오우삼 등 당시에 홍콩 누아르의 중심이 됐던 감독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2003년의 '무간도' 정도가 정통 홍콩 누아르 영화의 맥을 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또 주윤발, 이연걸, 장국영, 유덕화 등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배우들이 변화해가는 영화시장에 발맞춰 성장하지 못했고, 더 이상 중화권 스타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곧 누아르 장르 뿐만 아니라 홍콩 영화 시장의 축소 결과로 직결됐다.

홍콩에서도 누아르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2017년, 한국에서 홍콩 누아르의 정서를 머금은 한국형 누아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희준 감독의 '돌아와요 부산항애'다. '영웅본색'은 한 때 암흑가를 주름잡는 보스였으나 새 삶을 시작한 자호(적룡), 경찰의 길을 걷는 자호의 동생 아걸(장국영), 자호와 함께 암흑가에서 화려하게 지냈지만, 몰락한 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소마(주윤발)의 이야기다.

흰색 머플러, 이쑤시개가 주윤발의 상징이 되준 바로 그 작품이 '영웅본색'이다. 박희준 감독은 중, 고등학생 시절 홍콩 영화 세대였다며 다시 한 번 그 때의 감성을 한국 정서에 맞게 자신의 손으로 탄생시키고 싶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애(愛)’는 어린시절 헤어진 이란성 쌍둥이 형제가 20년 후 경찰과 범죄조직 후계자로 만나면서 펼쳐지는 엇갈린 운명을 담은 휴먼 감성 액션 영화. 홍콩 누아르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과 연출기법이 곳곳에 묻어난다.

브라운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성훈이 스크린 데뷔작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애'를 선택했다. 첫 영화작품인만큼 심사숙고했고 시나리오의 흐름과 자신이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연기 갈증으로 출연하게 됐다. 성훈의 연기 변신은 놀랍다. 주로 반듯한 이미지,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던 성훈은 '돌아와요 부산항애'에서 이전 이미지를 싹 지워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다. 그만큼 급속도로 영화적 스토리는 물론 연출까지 성장했고 해마다 천만영화가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우리나라 영화시장을 고려해 내한 행사를 진행하고 촬영지로 선택하는 등 위상이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스케일은 크게, 발전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대작들 사이에서 역발상으로 용감하게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돌아와요 부산항애'. 홍콩 누아르의 청춘낭만을 느끼고 싶은 남성들의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 오는 1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이상 관람.

편집 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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