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나의 절친 악당들' 유쾌한 임상수 감독이라 놀랐어?

2017-10-25 20:35



[투비스 류이나 기자]'나의 절친 악당들', 지금까지의 임상수 감독의 색깔을 기대했다면 예상이 와장창 깨질 것이다.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청년들이 살기 힘든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임상수 감독의 '나의 절친 악당들'은 청춘들의 대리만족을 그렸다.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를 맞고 싶다면 '나의 절친 악당들'은 어떨까.

'나의 절친 악당들'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한 청춘들이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누는 좋은 대학 나와서 시험도 잘 보고, 곧 정직원을 앞둔 인턴사원이다. 사회에 발을 제대로 들여보지도 못했지만 빚은 이미 수천이다. 청춘들의 현주소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복종하며 살던 지누는 렉카차를 모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사는 나미(고준희)를 만난다. 여기에 불법 외국인 노동자 야쿠부(샘오취리), 그의 아내 정숙(류현경)과 함께 잠시 주인을 잃은 거액의 돈을 함께 가지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회장과 고위급 공무원들은 이들을 쫓기 시작하는데 허무하리만큼 금방 잡힌다. 잡힌 후 가혹적인 폭력은 물론이고 인격적인 모욕까지 당한다. 이후 영화는 계산 없이 스스로 악당을 자처하고 하고 싶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지누와 나미의 모습을 담았다.

전작 '바람난 가족', '그 때 그 사람들', '하녀', '돈의 맛'에서는 기득권을 위한 영화를 의식적으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 연출했던 작품들과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돈에 대한 풍자, 사회적 메시지 등을 영화 속에 심어놨던 그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의미심장한 메시지 찾는 수고를 덜어줬다. 그냥 지누와 나미가 하는 행동에 동해 같이 따라가면 조금 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연기적으로 말이 필요 없는 류승범은 역시나 이번 작품에서도 '이시대의 청춘' 지누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그이기에 벌써부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보석 같은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콘이었던 고준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첫 도전한 액션신은 물론, 터프하고 쿨한 나미의 외적 모습과 세상에 상처받은 내면의 모습을 완급조절을 해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끌고가줬다.

임상수 감독은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바르고 복종적이다. 무력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젊은 친구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벅찬 에너지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하녀', '돈의 맛' 등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을 찍으니 제 자신이 영화를 찍는데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어깨에 힘 빼고 유쾌하게 가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액션은 물론, 코믹한 상황까지 그 동안 잃어버린 내 로망들을 담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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