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스 류이나 기자]여름=공포영화라는 공식이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답습하는 공포영화들 전개와 결말, 클리셰, 그리고 관객들의 높아진 수준까지 공포영화가 흥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2018년 상반기에는 '곤지암'이 정신병원에 인터넷 BJ가 직접 찾아가고, 그 곳의 상황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중계하는 방식을 빌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6월 '할리우드판 곡성'이라 불리는 '유전'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웰메이드란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유전' 속 숨겨졌던 복선까지 찾아가며 N차 관람도 이어지고 있다.
'유전'은 할머니가 시작한 저주로 헤어날 수 없는 공포에 지배당한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단편 영화들로 천재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애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생전 기이한 행동을 했던 엄마로 인해 힘들었던 일상, 그리고 죽은 후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 때문에 힘들어한다. 애니는 심리치료실을 나가면서 엄마가 이상한 종료를 믿고 있었으며, 아버지는 어렸을 때 굶어 죽고, 오빠는 조현병을 앓다가 16세 때 목을 메 자살했다고 고백한다. 오빠가 '엄마가 내 몸 안에 뭘 넣으려 한다'고 했던 말도 함께 털어놓는다.
애니는 남편 스티븐, 아들 피터, 딸 찰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사춘기 아들 피터와는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 딸 찰리는 13살이지만 엄마인 애니보다, 할머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소녀. 애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그의 어두운 그림자가 집 안에서 떠나지 않고 있음을 직감하지만 애써 외면한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으며, 딸인 찰리는 잔인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이후 애니는 딸의 영혼을 불러 교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조안을 만나게 된다. 딸의 죽음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은 애니는 결국 찰리의 영혼을 불러내지만, 이는 철저히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임을 알게 된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다세대 가족이 함께 살았을 때 생기는 갈등, 그리고 가족을 잃었을 때 오는 충격과 무력감, 그리고 가족이란 절대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통해 공포감을 조성했다. 샤머니즘과 무속신앙, 토속적인 색채가 영화 러닝타임 127분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아리 에스터 감독은 복선과 힌트를 곳곳에 뿌리고 후반 30분에 완벽하게 회수한다.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127분 동안 극장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음산하고 괴랄하지만 신선한 공포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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