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몰리올리
[투비스 김그내 기자]
전세계적 이슈인 환경문제와 정체성 문제를 기반으로 패션계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친환경 패션’, 더 나아가 ‘윤리적 패션’은 이제 범세계적 트렌드를 넘어 더 조화롭고 능동적으로 살기 위한 긍정의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가장 유니크하고 스타일리시한 패션
일상에서부터 자연, 나아가서는 인간과 지구를 이롭게 하려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진화되고 있는 가운데 패션계에도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부터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윤리적 패션’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며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지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하는 것만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느린 패션이라고도 하지만 오히려 빠른 패션이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끈다. 이에 패션 브랜드들은 친환경 소재, 인조 모피,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공정 무역 등을 기반으로 하는 ‘윤리적 패션’의 실천을 통해 의생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에코백의 진화, 나만의 유니크함을 살려주는 뉴 럭셔리 백으로 다가오다
▲ 사진=ilvyjacobs
2007년 영국 디자이너 아냐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천 가방에 ‘I’m Not Plastic Bag(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한정 판매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에코백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상품디자이너 일비 자콥스(ILVY JACOBS)가 창안해 낸 종이가방은 가방 소재로서 ‘종이’의 변신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류브랜드 리 진(Lee Jean)도 인도의 디자인 스튜디오 해피 크리에이티브에 의뢰해 쇼핑백 ‘네버 웨이스티드(Never Wasted)’를 선보였다. 재생용지로 만들었다는 것 외에 이 쇼핑백에 주목해야 할 것은 더 혁신적인 ‘무언가’다. 마치 영화 ‘트렌스포머’의 변신 로봇처럼 자르고 붙이는 행위를 통해 필통, 보드게임, 카드지갑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신은 재활용 쇼핑백이 또다시 재활용 쓰레기통에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다른 필통, 보드게임, 카드지갑의 소비를 줄여 한층 고차원적인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도록 해준다.
버려진 것들에 예술성을 부여한, 업사이클링(Upcycling)
▲ 사진=Christopher Raebnburn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사용ㆍ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진일보한 개념이다. 버리는 것을 해체해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불어 넣어 전혀 새로운 의류나 소품으로 업그레이드해내는 것으로, 여기에 디자인을 입히고 예술적 감수성까지 보태어진다. 리사 프레드리카 아술룬(Liza Fredrika Aslund)은 오래된 펌프스 슈즈 재료에 버려진 가구로 만든 특별한 슈즈를 탄생시켰다. 트럭 덮개로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 가방은 스위스 젊은이들의 필수품이라고 불릴 정도고, 미국의 에코이스트(Ecoist)는 사탕 포장지, 음료수 라벨 핸드백으로 카메론 디아즈, 킴 캐트럴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헌 옷을 소재 삼은 정키 스타일링은 영국 뒷골목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해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가 즐겨 찾는 패션 브랜드가 됐다. 크리스토퍼 래번(Christopher Raebnburn)은 스위스 군용 물자들을 패션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명 ‘맥가이버 칼’인 스위스 군용 칼로 유명한 빅토리녹스를 위한 프로젝트 ‘리메이드 인 스위스(Remade in Switzerland)’에서 침낭, 낙하산, 담요 등은 코트와 재킷, 머플러로 탈바꿈됐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셀럽들
▲ 사진=Edun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스타들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는 탄소중립의류브랜드 ‘트웬티에잇트웰브 바이 에스 밀러(Twenty8Twelve by S Millre)’를 직접 론칭했다. 환경 보호 등의 사회참여 활동으로 주목받아온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보노(Bono)와 그의 아내 앨리 휴슨(Ali Hewson)은 아프리카에 공정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로 윤리적 패션 브랜드 ‘에던(Edun)’을 운영하고 있고, 엠마 왓슨(Emma Watson)은 영국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인 ‘피플트리(People Tree)’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라인 ‘러브 프롬 엠마(Love from Emma)’를 내놨다. “나 같은 젊은이들이 패스트 패션에 휘말리지 않고 인류애와 환경을 자각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전세계 팬들에게 퍼져 나갔다.
▲ 사진=peopletree
‘월요일은 고기 안 먹는 날(Meat free Monday)’ 캠페인을 벌인 폴 맥카트니(Paul McCartney )의 딸이자 동물 애호가이며 고집스러운 채식주의자, 전 세계에 6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는 톱 클래스 패션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옷이나 가방을 만들 때 가죽과 모피를 쓰지 않는다. 그에겐 그저 ‘중세적이고 야만적인, 낡은 패션’이기 때문이다. 그의 식물성 인조 가죽 부츠와 인조 모피는 수많은 유명인들을 추종자로 거느리고 있다. 또한 옷감을 재단해 쓰지 않고 접기 방식을 이용해 낭비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환경 지키기에 참여하고 있다. 아홉 살 때부터 채식주의자로 지내며 동물 권리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은 지난 2008년 ‘태 카산(Te Casan)’ 부티크와 함께 에코 신발을 디자인하고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며 화제가 됐다.
▲ 사진=Stella McCartney
국내에도 ‘에코 프렌들리’를 실천하며 착한 패션을 지향하는 셀럽들의 움직임이 점차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이효리는 채식부터 가죽, 모피를 입지 않는 것은 물론 유기견 보호 등 착한 소비와 환경 보호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평상시에 수수한 에코 백을 들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봉사하는 그의 활동은 환경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엄지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에코 백을 만드는 사진을 공개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페이크(Fake)라서 더 당당한 패션, 퍼(Fur)
패션에 민감한 스타들이 과거와 달리 천연 가죽, 모피 대신 페이크 퍼, 페이크 레더를 착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페이크 퍼에 대한 소비가 들어나고 있으며 패션 브랜드 역시 다양한 인조 모피를 출시하는 등 에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몰리올리
이하늬는 최근 페이크 퍼 스타일링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여자들에게 있어 퍼란 우아함과 럭셔리함, 고혹적인 분위기와 센슈얼함을 모두 담고 있어 겨울을 맞은 패션 피플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잇 아이템. 퍼는 그 자체로 뿐만 아니라 윤리적 가치 측면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동물 사랑 실천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과 관리가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하늬는 뷰티패션 매체 투비스와 진행한 ‘윈터 컬렉션 패션 화보’를 통해 산뜻한 퍼 스타일을 보여줬다. 핑크와 브라운, 블루와 그레이 등의 컬러조합이 돋보이는 퍼는 함께 매치하는 아이템에 따라 트렌디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또 캐주얼한 매력까지 모두 연출이 가능하다. 이하늬가 착용한 퍼 아우터는 환경을 아끼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따뜻한 브랜드 몰리올리 제품이다.
인간과 환경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위한 착한 패션, 윤리적 가치를 지닌 패션 라이프로 지구를 지키는 작은 움직임, 지금부터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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