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버버리
[투비스 소준환 기자]
‘스마트폰’으로 사회·문화·경제 등 전범위적 개념이 집약되는 시대가 왔다. ‘손 안의 미디어’란 별칭처럼 ‘스마트폰’은 폭넓은 정보와 소통의 툴이 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른바 ‘스마트 시대’가 무조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편리하고 빨라진 만큼 예전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진 것도 사실.
실제로 대중교통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는 인식에 저조해졌음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대목인 셈이다. ‘스마트 시대’에 맞춰 패션·뷰티·코스메틱 사업도 변화해왔지만 역설적으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아름다움’은 본질적으로 디지털적이지 않고 아날로그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에 힘입어 미리 상상해보는 ‘아날로그 열풍’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 사진=버버리
# 체크무늬를 체크해라
체크무늬(이하 체크)는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업계에서 오랜 동안 사랑 받아왔다. 그 이유로는 ‘고풍스러움’과 ‘가시성’을 꼽을 수 있다. 또 패션·건축 등 디자인 분야 어디에서든 체크를 사용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체크에는 특유의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
▲ 사진=버버리
더군다나 체크는 선과 또 다른 선이 만나 향연을 펼쳐낸다는 특징으로 인해 조합과 배치에 따라 그 활용도 역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체크 패턴이 자칫 이상하게 표현됐을 시 ‘촌스러움’을 줄 수도 있다. 선과 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단순함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바로 이 지점에 체크의 아날로그적 강점이 있다. 체크는 다소 ‘심심한’ 선과 색의 만남이자 일종의 원시적인 조합으로까지 평가될 수 있으나 그럼에도 ‘우아한’ 면모를 증폭케 하는 마력을 품고 있는 것.
이 원리를 ‘아날로그 매직’ 때문이라 지칭하고 싶을 만큼 체크는 우직함 속의 강렬함을 지녔다. ‘아날로그 매직’은 필자가 만든 용어로 ‘트렌드를 선도하되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신비롭고 고유한 저력’을 의미한다. 속뜻이 다소 어려운 감이 있지만 쉽게 풀면, ‘오래도록 사랑받는 어떤 경향에는 분명 아날로그적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사유에 기초를 두고 있다.
▲ 사진=버버리
‘아날로그 매직’을 포함 체크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한 대표전인 경우는 ‘버버리’를 꼽을 수 있다. 브랜드 ‘버버리’에 대해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연상될 이미지는 단연 체크일 것이기 때문. ‘버버리’는 베이직 톤을 바탕으로 블랙·화이트·레드로 구성된 ‘LONDON STRIPE’형 체크를 통해 전세계인을 매혹시켜 왔다.
이처럼 체크의 파급력은 하물며 ‘버버리’를 모르더라도 그 특유의 무늬가 담긴 이불·베개 등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체크는 유형을 만들기에 따라 천문학적인 숫자만큼 디자인이 가능. 이는 디자이너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 사진=버버리
결국 체크의 위대함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뿌리에서 비롯됐다. 유행에 기복을 타지 않는 고전적(古典的)인 성격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체크는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양면성 또한 지녔다. 그러나 적절히 활용할 시 패션 디자인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이끌 수 있는 것도 체크의 독보성이다. 따라서 1편 청바지에 이어 다시 표현한다. 정서·감성·클래식·기본·우직함 등으로 승화될 수 있는 아날로그가 패션계를 비롯해 다양한 열풍을 일으킬 날이 멀지 않았다. 체크를 체크해야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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