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로마의 휴일' 2017년에 이토록 올드한 코미디 영화라니

2017-08-30 19:29



올 여름, 액션 코미디 영화 '청년경찰'이 흥행에 성공했다. 박서준, 강하늘의 덤앤 더머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주축이 되면서 성장, 그리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까지 1타 2피를 가져간 것. 이후 늦여름인 지금, 또 한 편의 코미디 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 이름만 들어도 빵빵 터질 것 같은 코미디 주특기 배우들이 모인 '로마의 휴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영화를 예매하려 한다면 글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로마의 휴일’은 진한 우정을 자랑하는 엉뚱 삼총사인 ‘츤데레’ 리더 인한(임창정 분)과 ‘뇌순남’ 형제인 큰형 기주(공형진 분)와 막내 두만(정상훈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창수'에서 함께 작업한 이덕희 감독과 임창정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

영화는 로마의 휴일이란 나이트클럽에 숨어들은 강도 인한, 기주, 두만이 120여명의 인질들과 함께 지내면서 인간적인 정을 서로 느낀다. 나중에 인한, 기주, 두만이 경찰에 잡혀들어갔을 때 심지어 인질들은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탄원서까지 제출한다. 이것이 큰 줄기.

이덕희 감독은 임창정이라는 코미디에 능한 배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임창정 캐릭터를 재미있게 변주했다면 영화는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었을까. 인한은 많은 아픔으로 상처를 받고 세상을 등지려 한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대한 발악을 해보려는 도전이 은행털이 강도범이다.



코미디는 기주와 두만이 맡았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재미는 90년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재미를 답습했다. 무엇보다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생각보다 붙지 않아 재미를 반감시킨다. 기주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면 기주가 타박을 하는 상황만 반복된다. 기주의 엉뚱한 행동이 웃음으로 이어지질 않고 민폐인 경우도 보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고아원에서 자라 세상에서 항상 약자가 됐던 세 사람이 나이트 클럽에서는 강자가 돼, '한방'을 보여주려 하는 과정이 개연성이 부족하다. '한방'이 범죄를 저질러 약자들의 우위에 서는 것만 있진 않을 것이다. 인질들의 행동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자신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범죄자들을 감싸고 도는 것이 지금의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휴머니즘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기에 관객들의 눈은 이미 높아졌다.



배우와 감독들도 이같은 반응을 예상한 것인지 '로마의 휴일' 기자간담회 당시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로 보여질 수 있겠지만, 대중이 가장 사랑하고 원하기 것 역시 전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의 말대로 전형적이고 뻔한 설정과 소재들은 항상 나오고 있고 또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전형적이라는 단어 뒤에 퇴보한 영화를 숨길 순 없다. '로마의 휴일'은 2017년 지금,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퇴보한 코미디 영화다.

[편집자=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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