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여교사' 처절한 열등감의 민낯

2017-10-04 18:27



이런 문제작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 무기력함이 결국 가면을 뚫고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꽁꽁 숨겨놨던 열등감이 터지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아이러니하게도, 결코 불쾌하지만은 않은 영화 '여교사'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질투 그 이상의 문제작이다.

효주는 삶이 힘겨운 인물이다. 계약직에, 직업 없는 한량 남자친구(이희준)까지 매사에 무기력하고 자신 앞에 있는 상황들을 헤쳐나가기 바쁘다. 그런 효주 앞에 고생을 모르고 자란 싱그러운 혜영이 나타난다. 이사장의 딸이란 이유로 다른 선생님들은 잘보이려고 노력하지만 효주는 다가오는 혜영을 밀어낸다. 혜영 앞에 서면 초라해지는 자신들의 상황들이 더욱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효주는 재하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되면서 '을'로만 살았던 인생에 처음으로 '갑'이 된다. 스크린에 옮겨진 효주와 혜영, 효주와 재하, 혜영과 재하의 관계들이 흥미롭다.

특히 효주와 혜영의 관계에서 조명되는 김하늘의 무기력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얼굴의 힘이 크다. 재하와 알아가면서 생기를 찾아가지만 이내 '금수저' 혜영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예고편에서도 나왔던 김하늘의 메마른 얼굴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상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동안 밝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했던 김하늘의 또 다른 이면이다.

맑은 악역이라고 자처했던 유인영은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보다 조금 더 순수함을 더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모든 사랑을 받아내고야 마는 그는, 유인영의 해사한 미소가 받쳐주고, 얄미운 모습은 대사 톤으로 완성했다.

두 사람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이원근. 무용특기생 신재하 역으로, 영화 속에서 꽤 많은 발레 연습장면을 소화한다. 또 콩쿨에서 보여준 발레는 한달동안 매일 열두시간씩 연습했다는 그의 말을 증명한다. 또 트레이드마크였던 이원근의 눈웃음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변주됐다.

영화는 겉으로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박제된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를 보여준다. 혜영에게는 모든 것이 쉬웠던 일이 효주에게는 늘 발버둥 쳐도 극복할 수 없는 일이 된다. 효주에게 전부였던 감정은 혜영에게는 철없는 날에 즐기는 아기자기한 소꿉놀이다.

청소년관람불가인만큼 김하늘과 이원근, 유인영과 이원근의 정사 장면이 나오지만 선정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정사신의 행위보다는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과 손짓, 눈빛에 초점을 맞췄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의 결말이 충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묵직하게 얹힌다. 마지막 장면에서 김하늘이 먹는 샌드위치처럼.

'완벽한 친구로부터 뺏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김태용 감독. 탄탄한 스토리와 디테일한 연출로 영화의 밀도를 촘촘히 채웠다.

열등감, 질투, 인간의 민낯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여교사', 정말로 질투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편집 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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