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윤의 무비레터]'장산범'-'애나벨' 공포의 시작은 상실로부터

2017-08-16 21:06



[투비스 류이나 기자]모든 괴담의 시작은 상실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여기에서 같다는 세상의 모든 괴담을 확인할 수 없으니 주관적으로 내린 일반화다) 상실감은 얼마나 인간을 절망하게 만들길래 사람을 한 순간에 바꿔놓을까. 특히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감히 헤어릴 수도 없다. 그러니 한이 서린 괴담의 주인공은 부모와 아이의 슬픈 사연으로부터 시작된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산범'과 현재 절찬리에 개봉 중인 '애나벨:인형의 주인'이 그렇다. '장산범'은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장산범이란 괴담에 기인해 시작된 스토리다. '숨바꼭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허정 감독의 차기작으로 '장화, 홍련'에서 스릴러퀸으로 입지를 굳힌 배우 염정아와 손 잡은 작품이다.

아이를 잃어버린 후 장산에 내려온 희연과 민호 부부에게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는 정체불명의 아이가 등장하면서 이 집에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

'장산범'은 부모의 상실감과 함께 토속신앙을 버무렸다. 아이의 존재를 따라가다보면 토속신앙 얽혀있다.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는 장산범이, 주변의 엄마, 아빠, 친구 등의 목소리를 낼 때 긴장감을 배가된다. 허정 감독은 '숨바꼭질'에서 일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이란 공간을 공포의 주 무대로 만들었듯이 이번에도 우리가 늘 인지할 수 있는 '목소리'를 이용한 공포를 만들었다.

현재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애나벨:인형의 주인' 역시 아이가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후 비극이 시작된다. 멀린스 부부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인형을 만들어 영혼을 불러낸다. 만질 순 없지만 곁에서 맴도는 애나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하지만 영혼은 애나벨이 아닌 악령이었고, 고군분투 끝에 악령을 가두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속죄하기 위해 멀린스 부부가 품기로한 소녀원 아이들로 인해 12년 만에 애나벨이 깨어나게 된다.

공포영화는 무서움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전자 '장산범'은 엄마 희연의 절절한 외침이 메아리쳐 관객들에게 돌아간다. 여름마다 공식처럼 나오던 공포영화들이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니아로 관객이 한정돼 있어 흥행에 실패하거나, 많은 공포, 스릴러영화로부터 답습된 영화의 개연성들이 반복돼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이같은 시점에 '장산범'과 '애나벨:저주의 인형' 등장이 반갑다. 앞으로도 간담을 서늘케할 공포영화들이 자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길 바란다.

<편집자=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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