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사이드]영화산업, 손익분기점의 '허와 실'

2017-02-14 18:54

▲ 사진=영화 '시네마 천국' 스틸컷

[투비스 소준환 기자]영화산업 제작자·관계자들은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 이하 BEP)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BEP는 흥행여부를 가르는 척도이자 손실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서, 차기작 제작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

취재 결과, 대부분의 영화관계자들은 BEP를 총수익과 총제작비의 차액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영화의 총수익이 총제작비를 넘어섰는지에 따라 BEP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반 관객들이 알고 있는 것과 실제 BEP는 과연 일치하는 것일까. 영화관계자들은 “공표된 BEP라는 게 사실상 애매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영화의 총수익은 영화관과 투자·제작사가 5대5로 나누고, 이 절반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다시 6대4로 나누는 수익배분방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총수익과 총제작비의 차액으로만 그 영화가 BEP를 넘겼는지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예컨대 영화 한 장의 티켓값이 1만원이면, 극장이 5천원을 가져가고 투자·제작사가 나머지 5천원을 갖는다. 이후 5천원을 다시 투자사가 3천원, 제작사가 2천원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한 영화의 총제작비가 100억이라고 가정했을 때, 투자·제작사가 벌은 총수익이 200억 이상인 경우에만 비로소 이익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총수익이 200억이어도 영화관과 5대5로 나눈 금액은 100억이므로 총제작비가 100억이면 '본전치기'인 셈이다. 즉 이들은 반드시 총제작비에 2배를 벌어야만 순이익이 나온다.

더욱이 해외판권과 부가판권 수익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총수익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개봉 전이나 직후 언급되는 BEP는 사실상 다소 ‘애매한 손익분기점’이다.

으레 알려진 BEP는 영화관 그리고 투자·제작사가 벌어들인 총수익에 총제작비를 빼서 나온 수치이지만 이같은 BEP는 영화관은 이익을 봤어도 투자·제작사는 손실을 보게 된 경우를 놓치고 있다.



총제작비 150억의 영화가 200만 관객이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영화는 200만x10,000원(티켓값)으로 200억의 총수익이 나왔을 것이다. 여기서 5대5로 나눠지면 100억은 영화관에게, 또 다른 100억은 투자·제작사에게 간다. 이 100억은 다시 투자사 60억, 제작사 40억으로 나뉜다.

투자사·제작사는 150억을 총제작비로 들였고 총 100억의 수익을 벌었으므로 사실상 50억의 손실을 본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BEP 수치로는 총제작비 150억에 총수익은 200억으로 나타나 마치 50억의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진다. 이처럼 BEP에는 일종의 ‘허와 실’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산업 속 BEP의 세계는 ‘상대적 체감’을 포함하고 있다. BEP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흥행 수익이 나오지 않는 이상 BEP에 웃는 사람도 우는 사람도 모두 존재하는 까닭이다.

특히 제작사 입장에서는 개봉된 영화가 BEP를 넘지 못할 경우 다음 제작에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차기작에 대한 투자가 기존보다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제작사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영화의 BEP를 크게 높여서 부르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애매한 BEP’ 추산 방식, 그리고 언급한 BEP를 돌파해야 '진짜 BEP'를 넘게 되는 속사정도 담겨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영화 관계자는 “BEP는 수익을 극장과 나누기 전인 총수익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익 여부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그래서 보통은 100만 관객당 30억 정도 벌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화의 내용적 가치는 BEP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투자사·제작사 입장에선 손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사실. 이는 차기작을 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을 결정할 만큼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제작사는 영화의 총수익이 아니라 순수익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팬들이 거품없는 ‘진짜 BEP’에 관심을 가지면 보다 한국영화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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