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사이드]전안법, 대중이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7-01-24 20:59


[투비스 김지영 기자] 최근 ‘전안법’이 인터넷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전안법 시행이 28일부터 된다는 소식에 지난 23일, 24일 양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SNS에는 반발이 끊이질 않았다. 이 법안이 통과될 시 대기업만 살리고 영세 상인들을 죽이는 법안이라는 말. 사실일까?

먼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이하 전안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전안법은 기존에도 존재했던 법안이다. 유아복이나 전기 공산품에만 국한돼 KC인증 마크를 받아야 유통이 가능했고 다른 제품들은 특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 관리법(이하 품공법)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 사진=국가기술표준원 홈페이지


그러나 지난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공산품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 목소리가 커져 도입에 탄력을 받았다. 이에 의류, 잡화 등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대부분의 용품들로 확대돼 전안법과 품공법으로 나눠져 있던 유사한 안전관리 체계를 전안법으로 통합해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전안법의 인증 관련 정기검사 주기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5년마다 제품시험을 다시 받아야 했던 일부 품목 관련 규정은 폐지하고 사후 관리를 한층 체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개정안에서는 KC인증을 받지 않은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은 제조·수입·판매·구매대행·판매중개를 할 수 없으며 법을 위반할 경우 500만 원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전안법 시행 시 소비자들에게 세탁 및 의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로 영세 상인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기존 KC 인증마크를 받아 왔던 대기업의 제품들은 전안법이 시행돼도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나 브랜드가 없는 보세 의류는 KC인증마크를 받기 위해 제품 한 개당 수십 혹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또한 의류 회전 속도가 빠른 보세 도매시장은 KC인증 기간을 기다릴 수 없다. 길면 수 십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단가는 올라가고 제품가격 인상분은 소비자가 떠안아 자연스레 제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싼 가격이 미덕인 보세 옷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

▲ 사진='쿠팡', 'G9', '롯데닷컴'


또한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몰 등 국내의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아마존, 알리바바, 라쿠텐 등 해외 쇼핑사이트는 포함되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병행수입업협회 공병주 회장은 “전안법이 시행 된다면 한 번에 병행수입제품 5개 이하를 수입하는 영세 병행수입업체는 대부분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공 회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방이나 의류 등의 병행수입제품에 대해 샘플 검사를 하는 통관은 없다”며 “이는 관련 인증기관들을 먹여 살리려는 정부 기관들의 병행수입업 죽이기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전안법이 해외 온라인 쇼핑 사이트로 수요를 내몰리면서 국내 사업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국내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안법 시행 시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전안법을 반대하는 한국병행수입업협회의 홈페이지는 한때 트래픽 초과로 사이트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전안법 시행을 1년 유예하기로 24일 결정했다.

애초 정부의 의도처럼 국민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가격은 떨칠 수 없는 문제일 터.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만큼 제품의 가격과 소비자의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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