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나의 맨 IN 무비 ]'비밥바룰라' 아버지란 이름 말고

2018-01-24 17:32



[투비스 류이나 기자]최근 극장가에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시니어 어벤져스가 등장했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이 '비밥바룰라'를 통해 인생의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려 한다.

이들은 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극의 몰입을 돕는 감초연기를 해내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다. 네 명의 배우가 경력을 합치면 도합 200년이 훌쩍 넘는다. '비밥바룰라'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심금을 울리던 네 명의 배우들의 마음 속에 청춘을 심어 적극 활용했다.

70세가 넘고 지병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들이 버킷리스트를 이루며 다시 한 번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려 하는 힐링 코미디다.

버킷리스트를 제일 먼저 제안하고 '시니어 어벤져스'를 이끄는 영환(박인환)은 함께 살 집을 구하고 타지로 떠나 소식이 끊긴 덕기(윤덕용)를 찾는다. 덕기가 타지에서 노숙자로 지내다 약장수에게 잡혀있다는 소식을 듣는 영환. 영환과 순호(신구), 현식(임현식)은 덕기를 구하기 위해 뭉치고 경찰의 힘을 빌려 무사히 빠져나온다.

완전체가 된 '시니어 어벤져스'는 이제 함께 살기위한 여정을 함께한다. 아들 부부,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영환은 친구들과 함께 나가살겠다고 통보하지만, 아들 민국(김인권)은 눈물을 보이며 자신이 더 잘하겠다고 만류한다. 그럼에도 마지막 인생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친구들 곁으로 간다.

순호는 치매증상이 있는 아내 미선(최선자)를 돌보며 택시 운전사로 살고 있다. 혼자 아내를 돌보지 말고 넷이서 미선을 돌보자는 영환의 제안에 순호도 "나도 미선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승낙한다. 시니어 어벤져스의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고 있는 현식 역시 친구들과 함께 살며 첫사랑이자 짝사랑 혜자와의 재회를 꿈꾼다.



노인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생기는 선입견을 배제하고자 이성재 감독은 올드한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노인과 젊은이들의 고민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시니어 어벤져스는 가족,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을 엿볼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소망으로 가지고 있다.

또 한가지 인상깊은 점은 영환(박인환), 순호(신구), 현식(임현식), 덕기(윤덕용)은 각자 인생을 살아갈 땐 아버지 혹은 남편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였다하면 청춘이었던 그 시절로 장난꾸러기들이 된다. 그렇다고 죽음과 가까운 노인들의 상황을 애써 미화하지는 않았다. 이성재 감독은 담담하게 주변의 죽음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돋보기를 준다.

영화는 나이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자=아버지란 공식을 탈피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의 이름 뒤에 태초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게 만든다. 힐링코미디지만 생각없이 웃고 지나칠 영화는 아니다. '비밥바룰라' 속 시니어 어벤져스의 모습은 나의 아버지, 나의 이웃, 더 나아가 곧 나이를 먹어가는 '나'를 말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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